Witch’s book: Encyclopédie méthodique ou par ordre de matières: Excavation and restoration history project. Part 1-Excavating and studying an imaginary book, 2004
Witch’s book: Encyclopédie méthodique ou par ordre de matières: Excavation and restoration project part 2- tracing the origin of an imaginary book at the Piana library. Cesena, Italy, 2006
Oilism Project : The Fourth Wave
:The World of Johnson's Baby Oil 2003
Oilism Project : The Fourth Wave: The World of Johnson's Baby Oil 2003
오일리즘 프로젝트 작업노트(2003)
<제 4의 물결: 존슨즈 베이비 오일의 시대(The Fourth Wave: The World of Johnson's Baby Oil)>
사람들은 행동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모종의 논리로 이루어진 단단한 인식의 기반을 딛고 있다. 직물의 씨실, 날실처럼 겹겹이 짜인 각각의 논리적 근거, 과학적 이유, 관례적 태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촘촘히 얽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지나치며 유영하는 매끈한 물고기처럼 - 금기의 벽을 교묘히 피해가며 - 마치 완전히 자유로운 듯이 행동한다. 당신이 일하는 사무실 복도에서 동료를 만나면 안면에 웃음을 띄우며 인사하라. 만약 그 사람과 두 번째로 마주친다면 눈썹을 아치형으로 찡긋거려라. 그러나 결국 세 번째에도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다면 재채기를 하며 모르는 척 하라. (.......아마도 상대방도 떨어뜨린 펜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일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전언을 듣고 나면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정교한 규칙 속에서도 제법 허우적대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기특해지기 시작한다.
섬세하게 쌓아 올려진 젠가(jenga) 의 옆구리에서 블럭 하나를 빼낸다고 해도 전체 기둥이 무너지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소해 보이는 변화는 연쇄적인 변이를 일으키고, 거기서 파생된 위화감은 우리가 밟고 있는 단단한 논리 기반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단지 하나의 제반 요소를 재설정함으로써 우리는 낯설고 새로운 행동 규범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로 인한 불편함은 암묵적이고 보편적으로 사회적 멘탈리티를 지배해온 상위 개념을 끄집어낸다.
동일 선상에 놓인 사람들은 (언제나 예견에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미래 학자들을 포함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패러다임은 다수결로 지지되는 이해 가능 범위 정도의 그래프이며, 점의 좌표는 모든 순간의 이후에 발생할 사건의 모음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단선적이지만 사건은 분절적이다. 중세의 일상 용품을 통해 현대적 정보 통신의 중요성을 연상해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인식론적으로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도 매 시각 우리의 귀 밑을 지나치는 현상의 스펙트럼을 미리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주전자의 주둥이는 진화하지만 오브제는 아이콘으로 변태한다. 제 3의 시대의 지각능력을 넘어서는 제 4의 물결로부터의 아이콘은 명백히 부시맨 사회에 뚝 떨어진 빈 콜라병처럼 존재할 것이다.
고로 사소하게 주어진 권한으로 가공품들의 밀림에서 집어든 것은 ‘존슨 앤 존슨즈 베이비 오일’이며, 제 3세계 인물 중 하나로서 (줍기의 권한을 제한다면) 이 오래되고 대중적인 상품에 대한 새로운 패티쉬를 설명하지 못한다.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 역시 아직 수렴되기 이전의 모든 사건들처럼 즉흥적이다. 특정 공산품이 상징할 법한 다른 거대 담론을 기대해 봐도, 용기의 형태적 흥미에 주목해도,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질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들어가 보아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오일 히스테리의 원인에 대해 답을 찾아내지 못한 ‘작가’는 2차 자료의 수집을 시작한다.
한 계간 잡지에서 발췌한 예의 ‘특집 토론’에 등장하는 세 명은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자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계몽’해야 하는지를 연구해보지만, 그 모든 대화 방식과 단어는 태생적으로 제 3의 방법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의미는 다른 의미의 표면 위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다. 언어는 무심코 언어를 흉내낸다. 주석에는 또 다른 정의가 따라오고 외부와, 그 외부의 외부가 텍스트를 부연한다.
원전 없는 번역, 부유하는 정의, 징후적 사건, 혹은 맴도는 냄새처럼, 영원히 주인을 알아낼 수 없는 누군가가 벗어놓고 간 옷가지처럼 누덕누덕 기워진 언어는 구상하는 동시에 어떤 것도 명확하게 지시하거나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 파편의 선구자들은 후손들과 함께 (담화 자체에 내포되어 있다고 믿어지는 질료를 머금는 대신에) 무수히 포개어져 무한히 자기 자신만을 반복한다. 이로서 세상은 가상에 잠식된다.
얼핏 절대적 근원을 부정하는 듯한 이 움직임은 (보드리야르가 받는 오해처럼) 일종의 종말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고정된 공간에 놓인 석화된 표상들은 시간의 어깨 너머로 시시각각 밀려나며 명멸하는 실체의 흔적을 응시한다. 그러나 파동은 한 가지의 차원으로 침잠하지 않고 스스로 진동하고 의미들을 발산한다. 프랙탈의 장 속에서는 형태가 내용을 부르고 변이가 의미를 만든다. 이곳에서 오브제는 시간의 빗겨진 차원으로 내달리는 변주된 공간의 계열이며, 대상을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머금는 시간의 언표이다. ‘존슨즈 베이비 오일’을 차원의 틈에 고정시키고 그 외의 모든 사건의 층위를 펼쳐놓았을 때, ‘유사세계’의 조간 신문 한 모퉁이를 스크랩해서 손아귀에 꼭 쥐고 있을 때, 어디에서나 ? 어지러운 책상 위건 동네 구멍가게에서건 ? 시공의 흥미로운 파편들은 신대륙의 보물처럼 잠재되어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DILBERT Dogbert’s Big Book of Business 2 스콧 애담스 지음 / 박형권 옮김, 미래미디어 발행, 1996, p15 만화가 스콧 애담스는 자신의 직장생활경험을 토대로 직장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실제적인 룰을 제시한다. 기존 통념에 위배되는 ‘딜버트의 법칙’은 무능한 직원일수록 출세가 빠르며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선량한 사람들이 배척당하는 관료주의 시스템을 풍자하고 있다.
2) 3개씩 18층으로 이루어진 나무 블록 탑의 맨 위층 블록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블록을 하나씩 빼서 다시 맨 위층에 쌓아 올리는 보드게임.
3) 감각할 수 있으나 지각할 수 없는 것. 볼 수도, 만질 수도 있으나 단지 이해 불가한 오브제. 그리고 때로 이 오브제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사건을 일으키고는 한다. 영화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Borat: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 2006)> 은 신대륙에 ‘떨어진’ Borat이 카자흐스탄인을 위한 미국 문물 소개라는 다큐멘터리를 가상으로 수행하며 문화적 이질성과 엽기 유머를 통해 현대 미국의 초상을 재구성한다.
Oilism: A participatory paper making, food and video installation, based on an imaginary article about a generation of people, 2003
12) 왕 정아가 많은 정민들을 거느리며 겪는 사건들을 그린 소설. 왕은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수많은 정민들은 그럴수록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한다. 정민들은 이러한 이들의 인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데 방랑자 성미와 경아가 등장하면서 나라는 대 혼란에 빠진다. 정아 왕은 여전히 강하지만, 성미와 경아의 반항을 보며 수많은 정민들이 자신의 책무에 회의를 느낀다. 49가지 에피소드와 12시리즈로 구성된 이 소설은 7개 국어로 번역되어 O.L의 살아있는 고전이 되었다.
백과 전서 발굴 복원 프로젝트 작업 노트 (2004)
<마녀의 서(書) : 주제별로 정리한 체계적인 백과사전 (Encyclopdie mthodique ou par ordre de matires) 발굴 복원 프로젝트 (2004) >
시간의 추이, 동시다발적인 태도, 행위의 장, 상호 텍스트적 이미지, 고립된 설정과 판단을 배제하고 이미지와 정보의 나열이 드러내는 언표가 곧 작업이 되는 것. 읽는 것과 동시에 만드는 것, (중심을 찾아 헤매는 대신) 미로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 작가와 작업의 거리와 메타픽션의 장치, 유사 세계의 다른 나와 다른 대상, 동시에 등장하는 균열 시공. 그리고 비록, 희망 사항일지라도 시도해 보는 것.
미로가 신비로운 이유는 내부에 미노타우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길을 잃게 만드는 그 형태 때문이다. 의도는 행간에 숨고 등장하는 것들은 제각기 다른 언표들을 수행하며, 작가와 작업의 거리는 메타픽션적 장치가 된다. 이런 장치를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발굴자, 연구가, 복원가가 되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이야기를 더듬어 나간다. 고로 이 작업은 허구적 텍스트가 실제의 사건을 서서히 압도하며 허구와 실제가 혼재되어 가는 과정과 상상의 증거를 모아가는 과정이다.
Excavation No26
194x130cm
Oil on canvas 2004
Yes, we are talking about this as 'the symbol of fourth w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