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titled ; Anti-Oedipus > 2010
Artist statement
나의 작업은 이야기가 읽히고 쓰여짐으로써 세상과 다시 조응하게 되는 과정의 탐험이다. 여기서 이야기라 함은 소설적 서사일 수도 있고, 대화의 발화일 수도 있고, 구조화된 ‘사건들’-말하자면 흔히 실제 사건에 비교해서 역사가 그러하듯이- 제도화 과정을 통해-혹은 탈제도화 과정을 통해-새로운 이야기(혹은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기계)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의 전략들은 일반적으로 시각 예술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표현하기’ 보다는 ‘장치하기’, 혹은 ‘드러내기’로서 작동하며, 기록이 경험의 분절들 안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원문과 해석, 내부와 외피의 전복의 유희가 된다. 참고 문헌이 그 조상을 잉태하고, 발화를 통해서 상징이 다른 계로 분열되고, 욕망과 힘, 물질의 충돌, 욕망하는 자와 욕망되는 것이 겹치는 지점들, 이러한 고민들은 각각의 작업을 통해 표면에 부상하기도 하고, 작업의 출발점으로만 존재하기도 하며, 때로는 직접적인 실험 상황에 들게 되기도 한다. Anti-Oedipus는 욕망하는 기계되기를 통해 재현에서 현전으로, 마치 하나의 소설과도 같이 기계적인 무의식의 장치들이 모여서 펼쳐진 하나의 체(體)되기를 통해 실현하게 된 작업이다. 그리하여 주인공의 경험적 서사 구성 대신에 무대의 장치로만 존재하게 되는 소설, 하나의 플롯, 그러나 시작과 끝이 없는 환기로서 쓰여진 얼굴 없는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