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소개 홍윤정
예술활동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스스로 메세지적 형체가 될 수 있을까? 그릇이 담고 있는 내용물 대신 그릇의 형태가 감상의 대상이 되도록.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관객과의 발화자체를 예술적 소통의 도구가 아닌 메세지 전달-체(體)로서의 오브제, 즉 질료로 이해하고자 한다.
참여 방식
1. 관객은 작가에게 타로카드 리딩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2. 관객은 상담과 대화 후 소지품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 접시에 담는다.
3. 관객의 소지품을 작업의 일부로 전시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 전시 중 관객은 자유롭게 전시장을 방문하여 타로카드를 통한 상담을 요청할 수 있고, 작가는 조언하고 답하며 관객의 삶에 개입한다. 작가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함께 엮어나간이야기들을 문학적 몽타주나 조형적 형태로서, 마치 음표나 색채처럼 소리나 빛깔로 이해하고자 한다. 카드 읽기 과정에서 관객과 작가가 결탁하여 만드는 이야기의 음유적 속성은 감상과 향유의 대상이며 이야기 이후 관객의 심리변화와 태도, 즉 감상도 작업의구조는일부로서 이해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카드의 상징에는 살이 붙고 질감이 생긴다. 그러면서 대화는 이미 스스로 사건이고 장면이며 이야기다. 그것은 무작위로 흩어진 이미지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마치 집중해서 읽는한 편의 소설처럼 작가와 관객이 공유한 특정 시공간 안에 새로운 현실을 구성한다. 카드의 이미지가 나타내는 상징 층위, 그것을 읽고 스토리를 짜는 작가의 서사적 층위, 그 발화를 자신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재구성하는 관객의 심리적 층위, 즉 마음의 방향성까지 모두 작업 구성의 요인이다.이 때 카드 읽기는 진위 여부나 가치 판단이 불필요한 새로운 사건으로서 또 다른 상황극이 된다.
카드를 읽는 행위는 발화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시간적인 통로이다. 관객은 방문, 대화, 떠남의공간적인 통과의례를 경험하고 상담을 통해 이 작업에 자신의 삶과 고민을 포개어 프로젝트의 일부를 구성한다. 작가와 관객의 대화는 앞으로 삶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수많은 일상적인 대화들이 그러하듯 쉬이 잊혀질 수도 있다. 대화를 마치고 이 사건에 감응한 관객은 본인의 소지품 중 하나를 남기고 떠난다. 이 행위는 관객이 판단한 대화의 경중, 소감, 만족도 등을 오브제화하여 작업의 일부로 삼기 위해서이다.
Tarot card reading stage - first day